2025년 3월 10일.
오늘 ‘회생 개시 결정’ 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아직 인가는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 뭔가 정리가 되어가는구나 싶었다.
2023년 12월 20일, 처음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라는 말을 들은 날부터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솔직히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더라?” 싶다.
하도 많은 일이 있었고, 정신없이 지나가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기록해두려고 한다.
나중에 다시 돌아볼 수도 있고, 혹시라도 같은 상황을 겪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2023년 12월 20일 - 내가 전세사기라니?!
어느 날, 복도에 이상한 안내문이 붙었다.
“이 건물은 임대인이 바지사장인 전세사기 피해 건물입니다.”
??
처음엔 보고도 믿지 않았다.
설마 누가 장난치는 건가?
아니면 집주인이랑 싸운 누가 홧김에 붙인 거 아니야?
그렇게 애써 넘기려는 순간,
건물 세입자 단톡방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들어가 보자마자 깨달았다.
진짜였다.
12월 14일, ‘강제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까지만 해도 “집주인이 뭐 좀 잘못했나 보네” 하고 넘겼는데,
지금 보니까 그 잘못이 내 전세금이랑 직결된 문제였다.
사람들이 이미 단체 소송을 준비 중이란다.
그리고 임대인은 명의만 빌려줬을 뿐 본인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단다.
이건 뭔 개소리죠…?🐶
망한 거 같은데 나…?
2023년 12월 21일 - 보증보험? 없어요, 아니 없어요 그냥
‘난 보증보험 들어놨잖아? 괜찮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확인차 은행에 전화했다.
📞 “제가 사는 곳이 전세사기 건물이라고 해서요.
보증보험 처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하면 되나요?”
그러자 직원이 대답했다.
“고객님이 든 건 반환보증보험이 아니라서요. 못 돌려받으세요…ㅠㅠ”
…???
“그럼 제가 든 건 무슨 보험인데요?”
“은행에서 대출할 때 보증 서주는 보험입니다.”
…………..???😱
이게 무슨 🤯
정리하자면,
내 돈을 보호하는 보험이 아니라
은행 돈을 보호하는 보험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 내 돈은 못 받고,
🏦 은행은 보증기관에서 돈을 챙겨가고,
🫠 나는 보증기관에 빚을 지는 거?
??????
바로 주민센터로 가서 물어보니 전세사기 피해 지원센터에 문의하란다.
바로 전세사기 피해 지원센터에 연락했다.
그리고 상담을 받았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정보들이 쏟아졌다.
‘배당요구종기일?’
‘경매 감정가?’
‘최우선 변제금?’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고,
일단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만 이해했다.
그냥 숨이 턱 막혔다.
이제 겨우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내가 아는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2023년 12월 22일 -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틀 동안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전세사기 피해 지원센터? 그게 뭔데?” 였는데,
오늘은 직접 가고 있었다.
이게 머선129…
솔직히 가기 싫었다.
하지만 안 가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니까.
억지로 나를 끌고 갔다.
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이 나도 보증금 전액을 받으면 취소됩니다.”
당연하지, 피해 사실이 없으니까.
나는 차라리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이 취소되길 바랐다.
전액 돌려받는 게 베스트니까…✨
그때까지도 나는 ‘선순위 임차인’ 이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상담을 받으며 점점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 나는 선순위 임차인이 아니다. 1순위 임차인일 뿐… 보증금을 전부 받을 수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
→ 선순위면 당연히 보증금을 다 받을 줄 알았다. 근데 나는 선순위 임차인이 아니란다.
근저당 설정, 배당 순위, 최우선 변제금 등이 얽혀 있어서
전액 반환이 아니라 일부만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 최우선 변제금이 몇 명에게 돌아갈지 알 수 없었다.
→ 나는 첫 입주자라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이후 입주한 사람들은 더 높은 보증금을 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몇 명이 최우선 변제금을 받을지 알 수 없었다.
전액을 돌려받을 수도 있고,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수도 있다.
최우선 변제금을 받을 사람이 많아질수록, 내가 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는 것.
- 근저당 설정 날짜가 계약 직전에 잡혔지만,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 근저당 설정은 흔한 일이었고, 특별한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내가 이 구조를 몰랐고, 계약할 때 다가구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뭐가 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돈을 다 받을 수 있을까…?”
2023년 12월 25일 - 세상엔 따뜻한 사람도 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감동을 받았던 날이다.
같은 건물 세입자 중 한 분이,
문고리에 과자를 걸어두고 갔다.
그걸 보는데, 기분이 요상해졌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과자라니.
너무 따뜻하고,
너무 짠하고,
너무 귀엽고…….
너무 맛있었다.
과자 최고. 🍪
📌Part 1 결론: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 하지만 끝이 아니다.
나는 전세사기를 당했고,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신청한다고 바로 피해자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었고,
인정받는다고 해서 바로 돈을 돌려받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주어진 절차를 꾸역꾸역 따라가면서 버티는 것뿐이었다.
✔️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 완료
✔️ 건물이 경매에 넘어간 사실 확인
✔️ 내가 선순위 임차인이라고 착각했던 순간도 있었음 (ㅋㅋㅋ)
✔️ 주변 피해자들과 소통 시작
그런데…
“이제 시작이구나.”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전세사기부터 회생까지 (2) - 배당요구 접수, 법적 대응 시작
법적 대응 시작 & 배당요구 접수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은 받았지만 해결된 건 없음
건물 관리가 개판이라고? (수도계량기 가짜 사건🔧)
…ㅎ…인생 이렇게 배우는 거 아니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