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쯤인가? 정확히 언제였는지 모르겠는데, 메모장에 휘갈겨 쓴 내용이 있었다. 아마 전기파리채로 모기를 잡다가 번뜩 떠올라 적었던 것 같다.

내용은 대충 이랬다.

갑자기 세상에 전기를 먹고 사는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나타났다. 크기도 작고 생긴 것도 귀여워서 사람들이 애완동물로 키우기 시작했다. 이 생명체는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톡톡’ 하고 아주 작은 정전기를 일으키며 터지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생명체들 중 돌연변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귀엽던 모습은 비슷한데 덩치가 커졌고, 전기를 너무 많이 흡수해서 사람에게 닿으면 벼락 맞듯이 사람이 타 죽는 사고가 생겼다.

그러다 주인공이 우연히 돌연변이에 닿았다. 죽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벼락 맞고 살아남은 사람처럼 갑자기 엄청나게 똑똑해져 버렸다. 그 소식이 뉴스로 퍼지고 난 뒤부터, 각 가정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부모들이 애완 생명체를 일부러 돌연변이화시켜 완전한 돌연변이가 되기 전에 아이들에게 닿게 한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가끔 운이 좋은 아이들은 살아남아 수재가 되었다. 하지만 완전히 돌연변이가 아닌 상태에서 접촉해서인지, 지능은 높아졌지만 인성이 망가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사회는 점점 혼란에 빠졌다. 인성 망가진 수재 아이들이 늘어나며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 틈을 타서 로봇과 전기 생명체들이 연합하여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인성 나쁜 아이들은 전기에 내성이 생겼지만, 로봇의 힘 앞에 굴복해서 앞잡이가 되어 인간들을 노예로 팔아넘기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이 자기 부모를 로봇과 전기 생명체들에게 넘기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결국 인간들은 로봇과 귀엽지만 잔혹한 전기 생명체들에게 지배당하게 되었다.

메모 끝부분에 덧붙인 말이 재밌다.

“단, 로봇과 전기 생명체는 절대적으로 귀엽게 표현해야 한다. 인간이 만든 존재라면 당연히 귀엽겠지. 귀여운데 잔혹해야 재밌을 듯!”